지구의 현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한 과학적 예언자들(1)
빌 매키븐, "지구는 더 이상 우리가 알던 행성이 아니다"
김준우 (한국기독교연구소 소장)
1. 기후붕괴 시대의 세속적 예언자들
미 항공우주국(NASA)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년(2000-2009)은 기온관측이 시작된 1850년대 이후 가장 더웠던 10년이었다. 그리고 2010년은 "역사상 최고로 더운 해"가 될 것이라는 미국 해양대기위원회(NOAA)의 예보처럼, 지난 여름은 전 세계적으로 19개 국가에서 역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하여 폭염과 가뭄, 산불과 태풍이 기승을 부렸다. 예컨대 파키스탄은 이미 5월 중에 섭씨 58도를 기록할 정도였으며, 미국의 로스앤젤레스는 9월 말에 섭씨 45도(화씨 113도)를 기록하여 1877년 이후 가장 높은 온도를 나타냈다. 또한 8월의 평균기온이 섭씨 24도 수준이던 러시아에서는 섭씨 40도를 넘나든 고온, 130년만의 가뭄과 600여 곳의 산불로 인해, 밀 생산량이 예년에 비해 1/4이 줄어들 정도였다. 중국과 몽고, 일본, 한국에서도 관측사상 최고의 폭염을 겪었다.
이처럼 지구의 평균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IPCC가 2007년에 예상한 최악의 시나리오(A1F1)보다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2030년까지 매년 2.5%씩 증가하는 것이었지만, 현실은 2000년 이후 매년 3.2%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것은 2000년 이후 개발도상국가들의 석탄 사용이 매년 10%씩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21세기가 끝나기 전에 섭씨 5.8도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것이 보수적인 IPCC의 예측이다. 남반구와 해양의 온도를 포함해서 지구 평균온도가 섭씨 5.8도 상승한다는 것은 북반구의 도시들의 경우 거의 2배 이상 상승한다는 뜻이며, 그린랜드 빙하를 비롯해서 전 세계 빙하들이 녹아내려 결과적으로 해면고도가 50미터 이상 높아진다는 뜻이다. 이것은 대부분의 해안 도시들이 물바다가 되며, 바닷가의 원자력발전소들 역시 물에 잠기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의 기후붕괴는 산업혁명 이전 시대보다 섭씨 0.8도 상승해서 벌어지는 현실이기 때문에, 기후학자들은 인류 문명이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평균온도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현재 390ppm에 도달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메탄, 일산화질소, CFC 등을 포함한 온실가스의 영향을 이산화탄소로 환산할 경우에는 현재 430ppm)를 450ppm 이내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추세로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매년 2ppm씩 증가하고 있어서 앞으로 30년 후인 2040년에는 450ppm에 이르러 산업혁명 이전 시대보다 섭씨 2도 가까이 상승할 것이며, 60년 후, 즉 2070년에는 510ppm을 넘어서게 되어 섭씨 4도 상승하는 것을 "현실적인" 것으로 예상하고 있을 정도이다.
더군다나 기후붕괴는 화석 에너지, 특히 석유의 고갈 문제와 직결된 것일 뿐만 아니라, 식량 및 식수 문제와 직결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폭염과 가뭄, 태풍과 홍수,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환경난민의 문제만이 아니라 석유와 식량, 식수를 확보하기 위한 지역적 및 국제적 갈등과 전쟁의 원인이 되고 있다. 또한 기후붕괴는 인류의 평화와 생존 자체만이 아니라 지구상의 생명계 전체를 대멸종으로 몰아가, 결국 지난 6천5백만 년 동안 이어왔던 신생대를 인류가 끝장내고 있는 절박한 현실이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들은 탄소 배출량 할당제와 국가간의 탄소 배출권 거래를 통해 많은 이익을 올리고 있으며, 석유를 점차 바이오 연료로 대체하는 추세에 있다. 그 결과,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는 더욱 증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바이오 연료를 위한 옥수수와 콩, 야자 등을 생산하기 위해 열대우림을 더욱 급격하게 파괴하고 있으며, 국제 곡물가격이 상승하고 있어서,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땅과 물, 식량을 빼앗고 있는 현실이다.
이처럼 불의한 신자유주의 시장 논리와 소비주의에 사로잡힌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서, 기후와 에너지, 식량 및 식수 등 인류의 생존과 지구의 미래에 관해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각각 20-30년 동안 끈질기게 "생명과 평화의 길"을 외치는 세속적인 예언자들이라 할 수 있다. "기후변화의 할아버지"라 불리는 제임스 핸슨과 스티븐 슈나이더, 제임스 러브록을 비롯해서, 빌 매키븐, 반다나 시바, 레스터 브라운, 허만 데일리, 팀 플래너리, 마크 라이너스,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 클라이브 해밀턴, 피터 워드, 헤이디 쿨렌, 스티븐 솔로몬, 프레드 피어스, 프란츠 알트, 하랄트 벨처 등이 그들이다.
2. 빌 매키븐의 활동 빌 매키븐(1960- )은 매사추세츠 주에서 태어나 하바드대학교를 졸업한 후 {뉴요커} 기자를 역임했으며, 현재는 버몬트 주에 있는 미들베리 칼리지의 초빙교수이며 [탄소 이후 시대 연구소](Post Carbon Institute)의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09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350ppm으로 낮추는 시민운동(350.org)을 180여 개 국가에서 전개하고 있어서, "미국의 선도적인 환경운동가," "세계 최고의 녹색 저널리스트"로 불리고 있다.
감리교 신자인 그는 일찍이 1988년의 기록적인 폭염과 대가뭄을 겪게 될 무렵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30년 만에 315ppm에서 350ppm으로 높아지자 1989년에 발표한 {자연의 종말}(The End of Nature, 진우기 역, 양문, 2005)을 통해, 제임스 핸슨과 스티븐 슈나이더, 린 마굴리스 등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인간이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변화시켜버린 기후변화 현실을 일반 대중들에게 경고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만이 아니라 산성비, 오존층 문제까지 다룬 이 책에서, 그는 자연의 안정성, 의존가능성, 예측가능성이 사라진 현실은 "자연의 평생보증 기간이 만료된" 시대이며, 또한 "해면 고도를 결정하며, 강수량의 변화를 결정짓는 것은 (더 이상 하나님이 아니라) 우리들 자신의 행동"(84)이기 때문에, 인간중심주의가 아니라 생명중심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서 그는 {잃어버린 정보의 시대}(The Age of Missing Information, 1992), {충분하다} (Enough: Staying Human in an Engineered Age, 2003), {심층경제학} (Deep Economy: The Wealth of Communities and the Durable Future, 2007), {지구온난화와 대응전략} (Fight Global Warming Now, 2007) 등을 발표했다. 자신의 경고에 대해 정치권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칠 줄 모르는 그는 2010년에 드디어 {파괴된 지구: 혹독한 행성에서 생존하기} (Eaarth: Making a Life on a Tough New Planet)를 발표했다. 빌 매키븐은 기후재앙으로 인해 인류가 알고 있던 지구, 곧 "우주의 멋진 오아시스"였으며 인류 문명을 낳아 키워주던 지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구는 완전히 다른 행성으로서 파괴된 지구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Earth가 아니라 Eaarth라고 표기하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기후변화와 에너지 관련 도서들만이 아니라 수많은 뉴스 보도들을 꼼꼼하게 인용하면서 황폐하게 변해버린 지구의 현실을 자세하게 전해주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기후붕괴는 더 이상 "천재지변"이 아니라 인간의 활동이 초래하는 재앙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혁명이 시작될 1750년에는 280ppm이었으나 2009년에는 390ppm으로 38%가 증가했으며, 대기 중의 메탄가스 농도는 1750년에 715ppb였으나 2009년에는 1,774ppb로서 150%가 증가했기 때문에 온실가스의 효과로 인해 기후붕괴가 초래되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기후붕괴 현상들은 서로 연결되어 연쇄반응을 일으키며 상승작용을 일으키는 것이지만, 다음 몇 가지로 구분하여 책의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3. 파괴된 지구의 현실
(1) 폭염과 가뭄
지구의 평균온도가 상승함으로써 적도 부근의 열대성 대기가 그 세력을 더욱 확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기상학적으로 정의된 열대 지방이 1980년 이후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위도 상으로 각각 2도 이상 확장되었다. 그에 따라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에서 위도 30-40도 사이에서 고온건조 지역이 더욱 확장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새롭게 고온건조한 열대와 아열대 지역으로 편입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여러 재앙을 겪고 있다. 예를 들어, 2010년 현재 11년째 가뭄을 겪고 있는 오스트렐리아에서는 "가뭄"이라는 말이 언젠가는 그 상태가 끝이 날 것을 뜻하는 말이기 때문에, 더 이상 "가뭄"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며, 25년에 한 번 정도 닥쳤던 "예외적인 무더위"가 이제는 "거의 매년 혹은 한 해 건너" 일어날 정도로 폭염과 가뭄은 "정상적인" 현실이 되었다. 2009년 2월에 발생한 오스트렐리아 동남부 지역 산불은 폭염과 가뭄, 강풍 등의 악조건이 겹쳐, 피해면적이 2,200제곱킬로미터(서울시 면적의 약 3.6배)에 달하며 230여 명이 사망했는데, 뉴스보도에 따르면 "4층 높이의 화염이 달리는 기차처럼 휩쓸고 지나갔다"(6). 심지어 알래스카대학교의 이고르 세밀레토프 박사는 동부 시베리아의 온도가 지난 10년 동안 거의 섭씨 5.5도 상승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 태풍, 홍수, 산불
이처럼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태풍은 전 세계적으로 더욱 많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태풍은 방글라데시에서 예년 평균 3회였으나 이제는 12회로 늘어났으며, 2006년에는 태풍이 연속적으로 닥쳐 방글라데시 전역의 2/3를 물바다로 만들었으며, 2007년에는 사이클론 시드르가 3천 명의 사망자를 초래했다. 한편 허리케인은 1995년에서 2008년 사이에 대서양에서만 111회가 발생하여 그 이전의 13년 동안에 비해 75%가 증가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그동안 지구 평균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한 것은 바다 위에서 적란운(積亂雲)을 45% 증가시키기에 충분한 것으로서, 적란운이 바다 위로 5 마일까지 상승할 수 있어서 강한 폭풍과 우박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기후과학자 아만다 스타우트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낙뢰가 6% 증가한다. 2008년 6월에는 캘리포니아 주에서 단지 하루 동안에 낙뢰로 인해 1,700 군데에서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3). 최근에 캘리포니아 주의 평균 화재위험 기간은 1970년대와 1980년대보다 78일이나 늘어나, 이제는 4월 중순부터 12월까지로 늘어났으며, 미국 삼림국 예산의 절반이 산불 진화에 사용될 정도가 되어, 더 이상 "삼림국(Forest Service)이 아니라 화재국(Fire Service)"인 되어버린 셈이다(41). 2007년 9월에 캘리포니아 주 타호 호수 근처에서 발생한 산불은 두 주 동안에 약 5백만 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 방출했는데, 이것은 자동차 97만 대가 1년 동안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해당하는 것이다. 2009년 8월에는 과학자들이 북극에 낙뢰가 20배 이상 증가했으며, 처음으로 낙뢰가 툰드라 지역에 화재를 초래한 것이 관측되었다.
(3) 빙하 해빙과 해수면 상승
기후변화가 가장 크게 나타나는 지역이 북극과 남극, 그리고 제3극이라 불리는 히말라야 티베트 고원지대의 빙하지역이다. 히말라야 산맥의 산기슭에서 자라는 철쭉은 장소에 따라 그 개화일이 예정일보다 45일이나 앞서서 개화함으로써 봄철 꽃축제를 망쳐버릴 정도가 되었다. 또한 북극의 얼음 크기는 2007년에 예년에 비해 영국의 12배가 되는 지역이 녹았으며, 서남극의 해빙 속도는 10년 전보다 75% 빨라졌다.
한편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1992년의 폭풍 당시 뉴욕시는 해수면보다 2.5미터 높은 파도가 덮쳐 도로와 공항, 주택이 침수되어 하루 피해액이 2억 달러가 넘었다. 또한 베니스는 침수를 막기 위해 "모세 프로젝트"라는 방책사업에 55억 달러가 필요했으며, 텍사스 주 해안도시 갤베스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에서 가장 긴 해안장벽을 쌓는 데 40억 달러가 필요했다. 네덜란드는 해안제방을 높이는 데 최소한 1천억 유로가 필요할 것이다. 대서양 해안이 30센티미터만 상승해도 미국 국회의사당이 자주 침수될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체 해안이 침수될 위기에 직면하여, 항구와 발전소들을 이전하는 비용만 매년 330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4) 사막화와 바다 산성화
몽골과 중국, 사하라 이남, 스페인, 미국 남서부 등지에서 진행되는 사막화 문제에서 특히 염려되는 지역은 아마존이다. 열대우림이 발생시키는 수증기는 지구의 물 순환(증발과 강수)을 위한 거대한 펌프 역할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열대우림이 파괴됨으로써 지구의 펌프가 고장났기 때문이다. 아마존에서의 연구에 따르면, 열대우림이 파괴된 지역의 온도는 숲 지역보다 8도가 높으며, 습도는 숲 지역(87%)보다 거의 절반(49%)으로 떨어져, 낮은 지대에서는 이미 메마른 사반나로 바뀌고 있는데, 결과적으로는 사막화로 진행될 것이다. 또한 2008년 11월 영국기상청이 발표한 연구자료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해 아마존 지역이 더욱 건조하게 됨으로써 화재 위험지역으로 바뀌고 있다. 파괴된 숲의 분해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는 70 기가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어, 열대우림은 더 이상 탄소를 들이마시고 산소를 배출하는 "지구의 허파"가 아니라 "탄소 굴뚝"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또한 바다가 대기 중의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산성화되는 속도는 예상보다 열 배나 빠른 것으로 확인되었다. 2009년 여름에는 태평양의 굴 양식업에서 어린 굴이 80%가 폐사한 것으로 보고했는데, 심해에서 올라오는 바닷물이 "어린 굴을 죽이기에 충분할 정도로 산성이 강한"(10) 상태였기 때문이다.
(5) 식량난과 식수난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여 고온건조한 지역이 확대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가뭄이 심해지고 식량생산이 줄어들고 있다. 2003년의 폭염으로 인해 프랑스에서는 3천여 명이 사망했을 뿐만 아니라, 옥수수 생산량이 1/3이 줄었고, 과일 생산량이 1/4, 밀 생산량이 1/5이 줄었다. 또한 미국 남서부의 계속되는 가뭄으로 인해 밀, 옥수수, 보리의 생산량이 이미 년간 4천만 톤 줄었다. 11년째 가뭄을 겪고 있는 오스트렐리아에서는 쌀 생산량이 2%로 줄어들었으며, 나흘마다 농민이 한 명씩 자살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2008년의 연속적인 허리케인들로 인해 거의 모든 도시들이 피해를 입게 된 아이티는 농업생산량의 60%, 쿠바는 30%를 잃어버렸다. 또한 농약과 제초제의 남용으로 인해 토양의 유기 성분이 급격하게 줄어들어(중국 북동부 토양의 경우 20세기 초에는 유기 성분이 9%였으나 1970년대에는 5%로 줄어들었고, 1980년대에는 2%로 줄어들었다), 합성비료에 의존함으로써 식량생산과 토양 파괴의 덫에 걸려 있는 실정이다.
중국 역시 식량생산이 "앞으로 50년에 걸쳐 1/3이 감소할 것"(79-80)으로 예상했다. 이처럼 식량생산이 줄어, 굶주리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전 세계 인구의 1/6에 해당하는 약 9억6천만 명이 굶주리고 있는 현실에서, 2008년에는 4천만 명이 새롭게 굶주리는 인구에 더해졌다. 그래서 2009년에는 전 세계에서 굶주리는 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서게 되었다. 식량이 부족할 경우 과거에는 다른 나라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미래 세계에서는 그런 도움이 더욱 불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전 세계 식량 재고량이 1986년에는 130일 분이었으나, 2008년에는 40일 분밖에 남아 있지 않게"(153)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기온상승으로 인해 병해충은 한 해에 3 세대씩 산란과 부화를 반복할 수 있어서 농업에 더욱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 28억 명 이상의 식수의 원천인 티베트 고원, 즉 황하, 양쯔강, 메콩강, 갠지스와 인더스의 원천인 티베트 고원은 지구상에서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곳으로서, 지구 평균온도 상승보다 2배 이상 빠르다. 티베트 고원의 중국 측에만 거의 37,000개에 달하는 빙하가 있는데, 그 중에서 과학자들이 주의깊게 관찰하는 680개의 빙하들 가운데 95%가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티베트 고원의 남쪽과 동쪽의 빙하들은 1970년대 이후 6% 이상 줄어들었으며, 특히 인도 북부와 타지키스탄의 빙하들은 지난 50년 동안 각각 20%와 35%가 줄어들어, 과학자들은 2050년까지 티베트 고원 빙하들의 40%가 사라질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한 방글라데시와 같은 저지대 지역에서는 바닷물이 식수원을 넘쳐, "식수를 구하는 일이 더욱 어렵게 되자, 딸들이 학교에 다니거나 다른 집에 시집가는 것조차 원하지 않게 될 정도가 되었다"(46). 미국 정부는 "5년 이내에 36개 주에서 물부족을 겪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155). 특히 캘리포니아 주에 물을 공급해주는 시에라 산맥에는 눈이 적게 내릴 뿐만 아니라 봄철에 일찍부터 녹아내리기 시작함으로써 2009년의 가뭄으로 23,7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으며, 점차 농업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6) 질병의 증가
지구 온도가 상승하여 폭우가 심해지고, 하수도가 넘치고, 식수원이 침수됨으로써, 콜레라와 말리리아만이 아니라 뎅그열 희생자도 급증하고 있다. 2007년에는 멕시코에서만 27,000명이, 엘살바도르에서는 22,000명이 뎅그열에 걸려 5년 전보다 20배나 늘어났다(73). 옥스팜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기온이 섭씨 1도 상승할 때마다 설사환자는 8%씩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7) 재산피해
기후재앙은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를 초래한다. 예컨대 1800여 명의 사망자를 초래한 허리케인 카트리나(2005년) 이후 미국 정부는 그 수리를 위해 이미 1,300억 달러를 지불했는데, 뉴올리언즈 시를 "중간급" 허리케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제방사업에 2011년까지 140억 달러를 지불하고 있지만, 카트리나처럼 초대형 허리케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제방을 1미터 더 높이 쌓아야 하며 800억 달러가 필요할 것이다(62). 그러나 앞으로 해수면은 더욱 상승할 것이기 때문에, 제방 역시 더욱 높이 쌓을 수밖에 없다. <뉴욕 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발생한 기후재앙은 20세기 처음 75년 동안 발생한 전체 재앙보다 4배나 많았다"(9).
기후재앙으로 인한 재산피해가 늘어남에 따라, 세계 최대 보험사인 스위스 레(Swiss Re) 회사는 하바드대학교 연구팀에 기후변화 연구를 의뢰했는데, 2005년 발표된 보고서는 (최악의 사태가 아니라) 급격한 기후변화는 "선진국들의 적응능력을 초과할 것"(67)이라고 결론지었다. 보험사들은 보험료를 인상할 수밖에 없으며, 마침내는 보험사들이 보험을 해지하는 사태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4. 지구 파괴의 원인들
석탄과 석유와 가스는 수백만 년 전에 대기 중에서 탄소를 흡수한 동식물 유기체들의 잔해들인데, 인류는 이처럼 지구가 수천 수만 년에 걸쳐 만들어놓은 자원들을 단기간 내에 모두 태워 대기 중에 탄소를 방출해버렸기 때문에 기후붕괴가 초래된 것이다. 로마클럽이 1972년에 {성장의 한계}를 발표하여 100년 내에 성장의 한계점에 도달할 것이며, 경제적인 측면과 생태학적 측면에서 지속가능한 미래를 달성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지난 40여 년 가까이 정치인들과 대기업들은 로마클럽의 요구를 묵살하고 오직 경제성장에만 몰두하여, 무한경쟁과 탈규제화를 통해 지구재앙을 초래하였다. 예컨대 미국 전역에서 하루 화물 운송량은 약 4,300만 톤인데, 그 화물 가운데 1/3은 석탄과 석유가 차지할 정도이다.
(1) 이산화탄소 방출량의 증가
기후재앙이 더욱 심각해지는 이유는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의 온실가스 방출이 늘어나 온도가 더욱 상승할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삼림을 계속 파괴함으로써, 숲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떨어뜨리는 한편, 바다가 산성화됨으로써 바다가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어들게 만들고, 또한 온실가스를 방출하여 지구 기온을 상승시킴으로써, 더워진 숲은 이산화탄소를 더욱 적게 흡수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문명의 붕괴와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 당하는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흔히 인류가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 중단하면, 기후가 100년 혹은 200년 지나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상상하지만, 미국의 해양 및 대기관리국이 최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강수량, 해수면의 변화는 대체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완전히 중단시킨 이후에도 천 년 이상 되돌릴 수 없다"(17)는 엄중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기업들인 석유회사와 석탄회사 등의 에너지 대기업들과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경쟁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촉진시키고 있는 현실이다.
인류는 앞으로 10년 이내에, 즉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방출량을 40% 감축하기 위해 모든 전력을 재생가능한 전력으로 바꾸어야만 한다. 그러나 현재 태양광 발전과 풍력 에너지는 전체 사용량의 1.7%에 불과하다. 대체에너지 개발에 가장 앞장서야 할 석유회사들은 부시 정권 동안에만 6천억 달러가 넘는 순이익을 거뒀지만,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한 금액은 2008년에 그 이익의 4%에 불과했다.
이처럼 에너지회사들이 청정에너지 개발에 소극적인 이유는 "발전소들과 초대형 유조선들로부터 석유 용광로와 스포츠차량들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화석연료 인프라가 최소한 10조 달러에 달하며, 그 본전을 빼기 위해서는 10∼50년 이상 그대로 굴러가야만 하기 때문이다"(55). 다시 말해서, 지구를 구하기 위해서 그 화석연료 인프라를 일찍 중지시킨다면, 손해를 보게 될 사람들이 많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래서 미국에서 청정 대기법(Clean Air Act)이 통과된 지 10년이 넘었고, 그에 따라 석탄 화력발전소들이 수은과 유황 배출을 막기 위해 값비싼 세정기를 설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기존의 발전소들은 그 의무가 면제되어 오바마 행정부가 끝날 때까지 유예시킬 정도로 정치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세계 최대 회사인 엑손모빌(Exxon Mobil)은 2006년 이래 계속해서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남겼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기후변화에 대해 의심하도록 거짓 정보를 심는 작업을 벌인 이유 역시 그 미래 전망과 경영 전략 때문이다. 즉 엑손모빌의 계산에 따르면, "태양광, 풍력, 바이오연료는 2030년까지 세계 에너지 공급의 2%에 불과할 것이며, 석유와 석탄과 가스가 80%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기"(55) 때문에, 태양광발전이나 풍력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경영상 의미가 없는 것이다. 2009년 초에 오바마 대통령이 에너지 계획을 세울 무렵, 기후변화 로비스트로 미국 국회의사당에 등록된 사람이 2,340명이었는데, 이것은 하원의원 한 명 당 여섯 명의 로비스트가 달라붙은 것으로서, 그들 가운데 85%는 대체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을 막거나 최대한 늦추기 위한 작업을 하는 로비스트들이었다(56).
(2) 메탄가스의 방출
온실 가스의 절반 정도는 축산업을 통해서 방출된다. 선진국의 육식습관에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미국인은 평균적으로 한 해에 200 파운드의 곡식을 직접 먹고, 1800 파운드의 곡식은 육식을 통해 먹는 셈이다. 반면에 중국인들은 850 파운드의 곡식을 직접 먹고 154 파운드의 곡식은 육식을 통해 먹고 있다(177).
특히 가장 우려되는 것은 메탄수화물의 방출이다. 메탄은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0배가 넘는데, 2007년부터 대기 중의 메탄가스 농도가 급상승하기 시작했으며(20), 과학자들은 툰드라와 바다 해저에 쌓인 메탄수화물이 방출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구동토층은 1조 6천억 톤의 탄소를 지니고 있는데, 21세기에 1천억 톤이 메탄으로 방출될 수 있으며, 이것은 현재 수준의 이산화탄소 방출을 270년 동안 방출한 온실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22), 그 결과는 지구 기온을 최소한 섭씨 5도 이상 상승시킬 수 있어서 핵전쟁의 영향을 훨씬 능가하는 것으로 예상된다.
(3) 삼림파괴 한편 삼림파괴는 계속되고 있으며, 파괴된 삼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배출하는 허파 역할 대신에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특히 국제 원유가격이 상승함으로써 바이오 연료에 대한 주문이 늘어나자, 콩을 재배하던 농민들이 아마존 열대우림을 더욱 많이 파괴하여, "2008년에는 브라질의 삼림파괴가 64%나 증가했다"(39). 또한 기온이 상승하고 건조해짐으로써 나무들이 더욱 약해질 뿐 아니라, 1990년대 이후 겨울이 더욱 따뜻하게 되어, 해충들이 급격하게 번성함으로써 특히 북아메리카 대륙의 삼림을 급속도로 파괴하고 있다. 소나무 딱정벌레는 애벌레가 와이오밍에서 예전에는 그 생존율이 20%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온난화로 인해 90% 이상이 되어, 요세미티, 록키산맥, 와이오밍, 브리티쉬 컬럼비아 등지에서 삼림파괴가 심해지고 있으며, 심지어 콜로라도와 와이오밍에서는 나무가 야영지에 넘어질 위험성 때문에 38곳의 캠프장을 폐쇄할 정도였다. 유타 주의 산림관리인은 "눈으로 직접 보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눈이 닿는 데까지 온통 죽은 나무들뿐이다"(43)라고 말할 정도가 되었다. 또한 가문비나무좀은 지난 15년 동안 알래스카 남부에서 나무 4,000만 그루를 죽이는 최악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4) 경제성장과 무역
로널드 레이건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25년 동안에 세계 무역량은 5배가 늘어났다. 그러나 2009년부터 전 세계 화물 용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세계화는 "가장 큰 거품"이었기 때문에, 그 거품이 벗겨지기 시작한 것이다(88-89). 타일랜드와 이란은 석유와 식량을 직접 맞바꾸는 물물교환 방식을 채택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1인당 곡물생산은 1980년대에 정점에 도달했으며, 어획량도 1990년에 정점에 달했으며, 54개 국가에서 1인당 GNP는 1990년대부터 줄어들기 시작했다(96).
5.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들
가장 염려되는 사태는 첫째로 기후재앙으로 인해 가뭄과 사막화, 식량부족과 식수난이 악화되어 전 세계적으로 대규모 기아사태가 발생하여 환경난민이 급격히 증가하는 사태이며, 둘째로 석유문명의 종말과 식량난과 식수난으로 인한 지역적 및 국제적 갈등과 전쟁이며, 셋째로 자본주의와 인류 문명의 붕괴이다.
(1) 대규모 기아사태, 환경 난민
아프리카에서는 지난 50년 동안 강수량이 줄어들고 사하라 사막이 더욱 넓어졌으며, 소말리아는 8년 동안의 가뭄으로 인해 내전이 더욱 치열해졌고, 짐바브웨의 식량생산 역시 더욱 악화되었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아내려 홍수가 잦고,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피해가 심한 방글라데시의 수도 다카에는 매년 50만 명이 새로 빈민굴에 몰려드는데, 그 중 70%는 환경난민이다. 인도는 방글라데시의 난민들이 인도로 넘어올 것을 우려하여 "지난 5년 동안 2,500마일에 달하는 장벽을 세웠다"(84).
최근에 영국의 경제학자 니콜라스 스턴은 만일 기온이 섭씨 4-5도 상승하게 되면, "수십 억 명이 이주할 수밖에 없을 것"(83)이라고 예측했으며, 워싱턴의 [전략과 국제문제 센터]의 기후변화 담당자 역시 "기후로 인한 이주" 때문에 "취약하며 약화되는 국가들"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테러리즘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후재앙은 이제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문제만이 아니라 선진국의 국가안보와도 직결된 문제가 되었다는 뜻이다. 전 세계적인 식량부족과 식수난은 지역적 및 국제적 전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뭄으로 인해 부족해진 물 때문에 벌어진 유목민들과 농경민들의 갈등이 30만 명의 목숨을 빼앗은 다푸르의 비극은 기후재앙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2) 석유 문명의 종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8년 11월 12일에 [세계 에너지 전망]을 발표했는데, 석유 정점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보여주었다. 이 기구는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선진국들이 에너지의 지속적인 공급을 확보하기 위해 만든 기구로서, 그동안에는 석유가 충분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었다. 그러나 현재 세계 유전들에서 생산하는 양은 해마다 약 7%씩 줄어들고 있으며, 아시아 국가들에서 석유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현재 미국 성인의 92%가 운전을 하는 데 반해 중국인의 6%만 운전을 한다), 그 수요를 충당하려면 해마다 새로운 사우디아라비아 여섯 개, 혹은 새로운 쿠웨이트 한 곳을 찾아내야만 한다. 즉 석유경제를 유지하려면 2030년까지 해마다 석유탐사와 시추에 3천5백억 달러가 필요한데, 이 금액은 2000-2007년 사이에 세계가 석유탐사와 시추 목적으로 지불했던 금액이 3천9백억 달러였다는 사실과 비교된다(29). 유가 상승으로 인해 2008년에 미국에서는 30개 도시의 상업 비행이 중단되었는데, 2025년에는 항공운항의 40%가 중단되어 중요 공항이 400개에서 50개로 줄어들 전망이다(87).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방장관을 역임한 제임스 슐레진저의 말처럼, "싸움은 끝났다. 오일 정점을 주장한 사람들이 이겼다"(30).
(3) 문명의 붕괴
빌 매키븐은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붕괴}에 근거해서, 궁극적으로는 기후재앙이 자본주의와 인류 문명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사실은 마야 문명, 아나사지 문명, 이스터섬 문명의 역사를 통해서 볼 때, 문명이 붕괴하는 것은 "그 사회가 숫자, 부, 힘의 정점에 도달한 후 단지 10년 혹은 20년 지나서 급격하게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사실"(98) 때문이다. 즉 문명의 정점이란 생산과 소비가 가장 활발한 시기를 뜻하며, 따라서 환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6. 파괴된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들
(1) 이산화탄소 감축과 대체에너지
독일은 130만 개의 광전지 패널을 자랑하며, 중국의 신흥도시 리자우는 1990년대부터 시작해서 95% 이상의 거의 모든 가옥들이 태양열로 온수를 사용하고 있다(191). 원자력 발전을 통해 지구온난화 위협의 1/10을 줄이기 위해서는 8조 달러가 필요하며, 두 주마다 새로운 원자로를 만드는 일을 40년 동안 계속해야 하며, 그 쓰레기를 저장할 저장고가 10개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풍력발전으로 그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2백만 개의 대형 풍력발전기가 필요한데, 이것은 2007년에 세운 것보다 매년 4배를 더 세우는 일을 앞으로 40년 동안 계속해야 한다는 말이다(58-59). 그처럼 신속하게 대체에너지로 전환한다 해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 450ppm의 1/10을 줄이는 것에 불과하다.
(2) 절약을 위한 성숙과 우아한 퇴보
경제성장을 위해 무한경쟁과 탈규제화, 대형화를 통해 환경을 파괴하고 지구를 적자로 내몬 것은 결국 "비아그라를 계속 복용함으로써 경기부양책을 지속시킨 것"(125)에 불과했다. 예컨대 유타 주의 한 돼지 농장에는 150만 마리의 돼지를 사육할 정도가 되었다(138). 궁핍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성숙과 "비교적 우아한 퇴보"(99)가 관건이다. 빌 매키븐은 현재의 기술로도 2020년까지 세계 에너지 수요의 20%를 줄일 수 있다고 본다(185). 미국은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았지만, 미국 내 900개 이상의 도시들은 그 목표에 도달할 것을 서약하고 몇몇 도시들은 실제로 성공했다. 예컨대 오레곤 주 포틀랜드는 1인당 탄소발생을 10% 줄임으로써 지역 경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3) 작은 규모로 분산된 지역생태주의
빌 매키븐이 특히 인류의 생존 전략으로 강조하는 것은 "가볍게, 조심하면서, 우아하게" 살아가는 방식, 곧 지역 생태주의운동이다. 최근 미국의 경제 위기에서 살아남은 은행들은 작은 규모의 은행들이었으며, 또한 농촌 직거래 장터(farmers' market)는 식품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부분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작은 농장들은 유기농법을 통해 여섯 배의 생산량을 내었다(172). 식사에서 육류소비를 줄이고 채식으로 바꾸어야 함은 물론이다.
결론
성서의 종교는 생명체들의 고통에 대한 하나님의 민감성을 특징으로 한다. 제사장들과 예언자들 모두 생명체들이 겪는 고통의 현실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던 사람들이었다. 하나님께서 소유하고 계신 땅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인권이 유린되고 불의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더럽혀지는 곳이 성전이라고 믿어 매일 제사를 지냈던 제사장들이었다. 그러나 제사장들이 제사 절차와 성전 업무에만 매몰되고 경제적 안정을 얻게 된 후 사회의식을 상실하게 되자, 예언자들이 등장하였고, 언약이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는 하나님께서 제사를 거부하시며 정의를 요구하신다는 뜻을 강력하게 선포했다. 오늘날처럼 지구가 극심하게 파괴된 상황에서, 대다수 기독교인들조차 환경문제에 무관심한 현실에서, 빌 매키븐은 정치인들의 무지와 세계적인 에너지 기업들의 횡포에 분노하고 있다. 그가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적인 환경운동에 앞장서는 이유는 종교인들조차 이 세상의 구체적인 고통과 신음소리를 듣지 못하면, 미래를 위한 희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하나님께서 지금 무엇 때문에 애통해하시며, 그리스도께서는 지금 어디에서 십자가 고통을 겪으시는지를 잘 알고 있는 그는 화학비료가 아니라 퇴비로, 바이오 연료가 아니라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류 생존의 길이라고 외치고 있다(16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