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의 사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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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크리스천교회(제자회)—Christian Church (Disciples of Christ)에서 매 5년 마다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목회자 윤리교육을 받으며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이번 교육의 주제는 목회자의 성(性)윤리에 관한 이야기였지만, 보다 넓은 의미에서는 목회자가 갖는 어떤 권위(power)에서 비롯된 모든 경우에 공히 적용된다고 본다. 여기서 나누고자 하는 나의 생각은 목회자가 교우들로부터 받는 물질적, 금전적 대우다.
예전에 한국에서는 학교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하면 소위 ‘촌지’라는 것을 전했다. 선생님에 대한 감사함과 배려로 시작되었겠지만, 이런 일이 비일비재 하다 보니 거의 ‘관행’이 되고 어떤 의미로는 뇌물의 성격조차 띠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관행을 벗어나면, 뭔가 자연스럽지 않게 보이는 일종의 불편한 진실이 되어 버렸다.
교회도 마찬가지. 목사님이 심방을 하거나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줄 경우, 교인들은 감사의 뜻으로 ‘촌지’를 전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불문율화 되었다. 그러다 보니, 목사가 요청하지도 않은 집이나 비즈니스를 방문하게 되어, 본래 좋은 의미가 퇴색해버렸다.
그럼 이런 일들을 어떻게 풀어야 할까? 간단하게 생각하자.
일단 목회자가 목회의 일부로 심방과 같은 일을 행했을 경우, 이는 그가 마땅히 해야 할 일(job description)을 한 것으로 간주한다. 목회자의 직분이란 한 마디로 하면 말씀과 성례전이다. 개신교에서 성례전이라고 하면, 흔히 세례와 성찬식을 뜻하지만, 본래 카톨릭에서는 혼인예식, 병자를 위한 기도 등을 포함한 일곱(7) 가지 성례전(Sacraments)을 행한다.
목사가 목회활동의 연장선에서 심방, 기도 등 행한 일에 대해서는 따로 사례를 받으면 안 된다. 이미 교회로부터 정해진 사례를 받았기 때문이다. (목회자 사례금의 많고 적음과는 관련이 없다. 그것은 교회의 당회나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할 사항이다.) 결혼주례, 돌잔치, 환갑, 장례예배 등 모든 예식은 목회자의 권리이자 의무 사항이다. 특별한 사례의 대상이 아니다.
혹자는 물을 수도 있다. 시간 외 수당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오버타임은? 개인적인 생각일지는 몰라도, 목회자는 교회와의 계약에 앞서, 스스로 하느님 앞에서 헌신하는 직분(직업)이다. 굳이 ‘시간 외 수당’ 혹은 ‘오버타임’을 논하려면, 자신이 섬기는 교회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다른 사람들과 사이에 이루어지는 일로 한정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목회자가 휴가를 가서, 혹은 다른 지역에서 목회자로서 할 일을 만났다 하자. 그럴 때, 어떤 사람이 감사함으로 사례를 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다. 만일 그 사람이 사례를 하며 ‘헌금’이라고 명시했다면, 그것은 목회자의 몫이 아니다. 교회에 예속되어야 한다.
그럼 목회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경우는? 이것을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고, 따라서 목회자 스스로 그 한계를 정해야 한다. 목회자도 사람이다. 친구가 있고, 사귐이 있다. 아끼는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정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한 선물이나 금전적 도움은 ‘목회자의 사례’와는 구별되어야 하는데, 여기에는 각고의 분별력을 필요로 한다. 목회자뿐 아니라, 교우들도 분별력 있게 행동해야 한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교인/교우의 직계 가족과 연관된 모든 일은 목회자 활동영역에 포함시킨다. 직계가족이라 함은 친부모와 자녀를 말한다. 그들과 연관된 장례, 결혼 등 모든 예식은 ‘개별적’인 사례의 대상이 아니다. (교우/교인들도 감사헌금을 교회에 드려야 할 것이다. 교회의 당회나 운영위원회에서 따로 목회자에게 사례를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나머지는 스스로 분별하여 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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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일님의 댓글
박원일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이웃종교 사귀기' 첫날, 오랜 친구 조영숙 편집국장을 만났다. 새로운 인터넷 신문을 개설하면서 내 글을 '무단'으로 게재하니 양해(?)해 달라고. ㅎㅎㅎ 제가 고마워 할 일이지요. 조국장님의 하시는 일에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
http://kmediausa.com/bbs/board.php?bo_table=B51&wr_id=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