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에 묵상하는 '공의의 십일조'(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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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일조 강조하면서 온갖 부패엔 침묵 | ||||||||||||||||||||||||
크리스마스에 묵상하는 '공의의 십일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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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에서 '서리 집사' 서약서를 보내 왔어요. 거기엔 "1. 주일을 거룩히 지키며, 2. 십일조를 드리며"에 두껍게 강조하고 밑줄이 쳐져 있었어요. 자격 없는 서생에게 고마운 일이죠. 주일을 당연히 거룩히 지켜야 한다고 저는 생각해요. 사실 일요일이 끝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 모든 날이 주일이지요. 십일조 내는 것도 당연합니다. 다만 십일조에 대해서 지금 다니는 교회 목사님과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일본에서 다니던 교회에는 십일조를 내다가 귀국해서 저는 매주 헌금과 적은 건축헌금 외에, 십일조는 다른 곳에 직접 내고 있습니다.
1981년이었을 거예요. 컴퓨터가 없던 시대에 성경에 나오는 '복(福, Blessing)'이라는 단어를 노트에 매일 옮겨 적어본 적이 있어요. 대학노트로 몇 권이 나오더군요. 스무살 때 제가 깨달았던 결론은,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복에 일관성도 있지만 분명한 차이도 있으며, 신약성서의 복은 당시 유명했던 고(故) 신현균, 강달희 같은 부흥사들이 말하는 복과 달랐다는 것이에요. 고등학교 3학년 때 거의 매주 갔던 여의도 순복음교회 금요철야기도회와 오산리 기도원은 이 노트 정리로 작별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목사는 마치 교인들이 십일조를 안 내면 복을 못 받을 듯 설교합니다. 그런 복이라면 부자나라 일본이나 세계 제2의 경제대국 중국은 십일조 잘 내서 부자 나라입니까? 제가 13년 동안 살다온 일본은 십일조 잘 내서 사회복지가 잘 된 부자 나라일까요? 아닙니다. 구약시대의 복은 아브라함이 복의 근원(창세기3:12)이 되듯, 오래 살고, 모래알처럼 아들딸 많고, 관직 얻는 것이지만, 예수시대 이후 복은 장수나 다산(多産)보다는 "하늘의 뜻을 이 땅에 이루기 위해" 달려갈 길 다 달려가 죽을 자리에 가서 정확히 죽는 겁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 돌 맞아 죽은 스데반이 복 받은 겁니다. 그래서 예수는 "의에 주린 자는 복되다" 했고, 윤동주는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처럼"(「십자가」)이라며 십자가에 달린 예수를 "행복하다"고 표현했지요. 진리를 위해 살다가 톱으로 잘리고 매 맞아 죽은 히브리서 11장 믿음의 선조들은 십일조 안 내서 저주 받았을까요? 구약의 십일조론을 그대로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2000년 이전 성전에서 소 잡고 양 잡고 각 뜨고 불사르던 그 모든 것을, 하나라도 빼지 말고 다 지켜야 합니다. 성경의 일점일획도 지켜야 한다고 믿는 문자주의자들은 지금 당장 아파트에서 나와 광야나 사막에 가서 텐트 치고 사셔야 합니다. 성막 짓고 예배드리셔야 합니다. 예수님이 폐하셨던 율법 중에서 십일조 조항만 빼서 "십일조를 지켜야 복을 받는다"고 설교하는 것은 그래서 어불성설입니다. 예수님 말씀대로 하자면 이렇게 설교해야 합니다. "여러분, 십일조를 잘 낸다고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십일조와 함께 공의를 지켜야 합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저는 '정의와 자비를 위한 십일조'를 말씀하신 것으로 이해합니다. 대통령과 정부의 온갖 부패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지적하지 못하는, 참된 예언자가 사라진 교회일수록 십일조를 강조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이외에 예수님께서 십일조를 언급하시거나, 십일조를 내야 복받는다고 하신 구절은 전혀 없습니다. 바울은 “힘대로 할 뿐 아니라 힘에 지나도록 자원하여”(고후 8:3)라고 했지, 십일조를 강조한 구절은 없습니다. 공간을 빌려서 월세를 내가며 예수공동체를 이루어본 저는 물론 이해합니다. 십일조가 없으면 월세 내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니 교회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유아부터 청년부의 교육을 위해서, 목회자 가족을 위해서, 서구에서는 이제 거의 지키지 않지만, 우리 한국 교회는 임원인 집사 이상은 십일조를 내자고 하는 편이 솔직한 말입니다. 최근 안철수씨처럼 주식의 반을 내놓은 십의 오조는 놀라운 행위지만, 그 전에 구조적으로 부자감세가 철회되어야죠. 안타까운 일은 십일조를 강조하는 목사일수록, 현 정권의 부자감세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한마디 안한다는 겁니다. 예수님께서 니고데모와 삭개오에게 했듯이 부자에게 "나누세요"라고 했듯, "부자감세는 틀립니다"라고 설교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매주 헌금과 많지 않은 건축헌금 외에 저는 십일조는 다른 곳에 보내왔습니다. 5명이 냉동고에 안치된 용산철거민, 16명이 자살한 쌍용(숫자가 점점 올라가고 있습니다)과 한중해직자 가족 모임, 반값등록금 문제로 14명이 자살한 대학학생회, 병 걸린 작가 등에 보내왔습니다. 거기에 눈물의 예배가 있고 예수님 계시다고 저는 믿습니다. 성경에 따르면, 내 몸도, 내 가족도, 두세 사람이 모인 곳(마태18:20)이 교회입니다. 용산철거민 사건 때 목요일마다 개신교 예배가 있었는데, 저는 그때 정말 눈물 흘리며 낮은 곳에 함께 하시는 예수님을 느꼈습니다. '3억 짜리 차를 타고 다니는 곽선희 목사'(MBC에 보도됐었죠) 같은 이가 설교하는 교회인 척하는 대형건물에 십일조, 아니 단돈 천 원 헌금 내는 일은 없을 겁니다. 십일조를 낸다 해도 말씀대로 살지 않고, 그 돈을 의롭게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책망 받을 겁니다. “너희는 베델로 몰려가서 죄를 지어라. 길갈로 들어가서 더욱더 죄를 지어라. 아침마다 희생제물을 바치고, 사흘마다 십일조를 바쳐 보아라. 또 누룩 넣은 빵을 감사 제물로 불살라 바치고, 큰소리로 알리면서 자원예물을 드려 보아라. 이스라엘 자손아, 바로 이런 것들이 너희가 좋아하는 것이 아니냐?”(아모스 4:4-5)
"우리 한국 교회에는 담임목사의 아들이 아니면 그 어떤 사람에게도 맡길 수 없는 큰 교회가 많다. 몇 년 전부터 유행을 하더니 이제는 평범한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 한국 교회는 점점 북한을 닮아간다. 북한을 닮아 몰락해 가고 있다. 하나님이 이사야 6장에서 말씀해 주신 거룩한 씨가 그루터기가 되리라는 말씀을 이 아침에도 생각하고 붙잡는다." (김동호) 그들은 자신들의 세습과 부패를 사이비 민족주의로 상쇄시키려 하지요. 종북좌파를 들먹이는 설교를 들을 때마다, 고문 받을 때처럼 끔찍합니다. 그런 말 쓰는 목사는 목사로 안 보이고, 민주인사들 고문하던 형사로 보입니다. 저는 사실 좌파도 우파도 아니고 예수파입니다만, 이런 목사들은 '부패우파'를 절대로 비판하지 않아요. 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BBK대표 전과 십사범을 대통령으로 지지했던 과오를 절대로 반성하지 않지요. 내가 사랑해서 선택한 아내가 그 교회 권사로 있어, 아내 곁에 앉아 예배 드리는 시간이 행복해서, 아내의 선택도 존중하고 싶고, 아이들이 친구가 있어서, 매주 그 교회에 가지만 무척 고통스럽습니다. 그런 설교를 아내 곁에서 들어야 하는 비루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눈물 흘리거나, 눈 감아버리고 잊는 겁니다. 아내와 두 아들과 제가 십일조를 즐겁게 내면서 봉사할 교회를 주변에 찾아봐도 없어 괴롭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성공학을 지향하고, 여당을 비판하면 종북좌파라고 합니다. 감자탕교회, 산울교회(http://sanul.or.kr/), 들꽃향린교회, 나들목교회, 청파감리교회 등 그저 진리와 의를 위해 애쓰는 교회가 많이 부럽습니다. 그런 교회 뒷좌석에 몰래 앉아 사랑하는 아내와 떨어져 예배드리는 기분은 많이 슬픕니다. 30대 중반에 교회 장로가 되었다가, 독재에 야합하는 교회들을 보고 장로를 철회하고, 평생 평신도로 지내신 은사 박두진 시인이 자주 생각납니다. 사모님은 대신감리교회 권사님이시죠. 이 땅의 교회들이 전부 타락한 것이 아니며, 많지 않은 헌금을 최대한 절약하여 쓰리라 저는 믿습니다. 제가 가본 감자탕 교회는 교인이 몇천 명이 넘을 텐데 세든 상가 건물에서 예배드리며, 헌금의 반 이상을 외부 구제비로 쓰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의 교회는 어떤지요? 건축비 주차장 확장비, 내부 경조비가 대부분 아닌지요? 교회는 커지고, 교인은 빚 얻어서 헌금하는 교회, 저는 그거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좀 더 낮은 곳으로, 교회 밖의 보이지 않는 교회로, 부동산 구입하기 보다는 교육과 낮은 자를 위해 헌금이 쓰이면 교인들도 신이 나서 말하지 않아도 십일조를 할 것입니다. 김응교 / 시인, 숙명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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