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복음 다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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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독자들 중에, 도마복음에 대해 전혀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다면 왜 도마복음 '다시 읽기'를 시도하고자 하는가?
'다시 읽기'는 무엇인가 나름대로의 철학, 가치관, '전체를 보는 눈'을 전제한다. 인문학--특히 성서와 같은 문헌--은 원문에 대한 독해, 이해를 기본으로 한다. 주지하다시피, 도마복음은 콥트어(Sahidic Coptic)로 쓰였다. 보다 오래된 3개의 헬라어 사본이 존재하지만, 워낙 불완전하다보니(fragmentary) 나그 함마디(Nag Hammadi Library)에서 발견된 콥트어 사본을 기초로 번역하게 되었다.
http://saegilchristian.org/zbxe/thomas/48343
지금까지 영어로 출판된 나그함마디 문서는 James M. Robinson(ed.), The Nag Hammadi Library in English(1977, 1981, 1984, 1988); Bentley Layton, The Gnostic Scriptures: A New Translation with Annotations and Introductions(1987); Marvin Meyer(ed.), The Nag Hammadi Scriptures: The International Edition(2007)이고 대부분 이를 참고로 도마복음을 포함한 '영지주의'적 문서를 읽는다.
도마복음 해설과 관련해 한글로 출판된 책/강의는 대체로 3가지로 축약된다.
- 오강남, <또 다른 예수>(2009)
- 김용옥, <도올의 도마복음 이야기>(2009); <도마복음 한글역주>(2010)
- 윤홍식, "도마복음 강의"(2011)
공통적인 점은 세 사람 모두 동양 사상, 철학, 종교에 두루 일가견이 있다는 점이다. 오강남은 오랜 동안 캐나다 대학에서 비교종교학을 가르쳤고, 김용옥은 대중 강연을 통해 당대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controversial) 인물이다. 반면 윤홍식은 비록 학계에서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지만, 스스로 수학과 수련을 통해 유.불.선 3대 동양철학/종교를 총망라한 신선한 인물이다.
이 세 사람이 거의 동시대에 '도마복음'에 대한 주석/이해를 내 놓았다. 이들이 바탕으로 한 문헌은 무엇이었을까? 헬라어 사본은 불완전하니 콥트어 사본이었을까? 아니면, 영어번역본일까? 도마복음에 관한 새로운 한글역주를 주장하려면, 역자는 반드시 콥트어 사본을(manuscripts) 참조해야 한다. 다른 사람의 번역에 의존해서는 새로운 번역과 그에 따른 해석을 내놓았다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어떤 근거로 그렇게 번역/해석하십니까" 라고 묻는다면...? 요즘에는 혼자 공부해도 될만큼 훌륭한 콥트어 문법교재를 쉽게 접할 수 있다.
Every translation is an act of interpretation. (모든 번역이란 일종의 해석 작업이다.)
20세기 본문비평(Textual Criticism)의 대가 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James Sanders 교수가 강의 중에 늘 하던 말이다. 그가 묻곤 하셨다. "너는 어떻게 읽느냐/생각하냐?" 새로운 이해는 자신의 본문 해석에서 나오기 마련이다.
그동안 우리가 '신학 다시하기'를 통해 여러 강좌/모임을 가졌다. 이번에는 새로운 도전이다. 비록 기득권자들의 정치적/신학적 이유로 정경에 들지는 못했지만, 초기 기독교 신앙의 한 부류(주류?)를 이루었던 사람들의 생각을 접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왜? 지금의 대중적 기독교 이해가 우리들의 물음에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 때문에...
그러면 이번 강의/토론을 통해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기존의 이해와 다른 점은?
- 기독교를 포함한 이웃 종교와 동양 사상 저변에 흐르는 공통된 이해/깨달음을 통해 소통의 기회로 삼고자 한다.
- 영어 책은 물론, 콥트어 사본에 대한 나름대로 번역/이해를 전개할 것이다.
- 기존의 한글 번역본/책/강의 중 하나를 선택해, 건설적 비평과 대화를 이어갈 것이다. 아마도 오강남, <또 다른 예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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