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 9/18/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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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우리 교인 열다섯명이 모여서 산행을 하였습니다. 산행이라 봤자 Los Feliz 길의 입구에서부터 Griffith 천문대까지 약 40분여를 오르는 그리 길지 않은 코스였지만 그래도 산은 그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 흐믓하고 만족해 하던 저 같은 사람에게는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염불에는 마음이 없고 젯밥에만 마음이 있었던 저는 산행 후 점심이 제공된다는 소식에 덜커덕 간다고 해놨던 터라, 어제 아침까지도 남편더러 혼자 가라고 할까 몇번이나 망설이고 갈등하다가 나선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출발부터 언제 내가 망설인 적이 있었냐는 듯이 기분이 상쾌했습니다. 언제 봐도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는 것도 큰 즐거움인데다가, 그 시작부터 나타나는 그림 같은 오솔길이 가히 환상적이었습니다. 돌돌돌 흐르는 시냇물에, 우산만큼이나 커다란 연잎들, 주렁주렁 열린 커다란 무화과 열매, 오랜만에 보는 나팔꽃 넝쿨들, -- 무슨 정글에 들어온듯 한 광경은 ‘정말 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예쁜 숲길은 짧고, 그 다음엔 역시나 California 의 훵한 산길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을 짧게 하며, 완만한 산길을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올랐습니다. 그런데 오르다 보니 살짝 숨이 차올랐습니다. ‘아 요것도 산길이라고 힘이 드는 건가’ 하며 위를 올려다 보니 바로 가까이 천문대가 손에 잡힐 듯 보였지요. ‘다 왔구나’ 생각하며 발길을 재촉했는데, 아주 가까운 듯 보이는 천문대인데도 그 밑에 길은 지그재그로 길게 늘어져 결국은 진이 다 빠지고 숨이 목까지 차올라 와서야 ‘에구 에구’ 하며 천문대 앞 계단에 걸터앉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네 사는 것이 다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각 개인의 삶도 그렇지만, 우리가 함께 하는 교회나 신학운동도 처음엔 다 청운의 푸른꿈을 안고 설레이며 시작해서, 새롭고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 보고 생각하며 가지만, 가다 보면 타성에 젖어 별 생각없이도 잘 굴러간다 싶을 때가 있는가 하면,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어지는 순간이 생기기도 할테니까요. 그렇지만 그런 순간들을 잘 견디고 나면 결국 목표에 도달하게 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지나온 길을 뒤돌아 보며 함께 웃고 떠들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온다는 걸 우린 다 잘 알고 있습니다. 어제 우리들이 천문대에서 커피를 마시며 그랬던 것처럼 ---. 그래서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목표에 도전할 용기를 얻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주 또 산에 오릅니다.
이 시간, 우리의 교회와 신학운동을 위해 때로 지치고 힘든 시간이 올지라도, 포기하지 않는 사랑과, 격려와, 행동으로 동참하기를 결단하는 여러분 모두를 주님의 식탁에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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