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사진작가 배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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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병우
소나무등 자연을 통해 한국의 정서를 필름에 담는 배병우
그의 사진을 보고있노라면 '풍경속에 내가 서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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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
"이 곡선과 닮은 능선, 그러니깐 노년기에 접어든 우리 산하의 완만한 곡선이 한국미다.
이겨울을 지나며 봄까지, 이 잔털 처럼 서 있을 소나무들과 능선이 한국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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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나아트센터'에 열리는 배병우사진전 포스터. 아래는 전시장 입구
ⓒ 김형순
배병우는 30년간 소나무를 주로 찍어왔다. 그 이유는 뭘까? 작가는 "한국의 미가 거기에 있기에"라고 했다. 그렇다면 소나무가 우리에게 뭔가? 외침이 많았던 이 땅을 지켜온 혼이자 기개이며 어떤 억압에도 굴하지 않는 생명력, 그리고 고결한 정신을 상징적으로 뜻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소나무라고 다 소나무가 아닌 것 같다. 캐나다에서 본 중국산 소나무는 너무 반듯하게 잘 나서 오히려 역반응을 일으킨다. 한국의 소나무에서 볼 수 있는 유연한 곡선미는 찾아볼 수 없었다.

사진을 찍을 때 온도와 습도, 날씨와 풍토, 시간과 장소에 따라 확연히 달라진다. 작가는 24시간 실험한 후에 가장 좋은 시간대를 기다려 한 번에 올인 하듯이 그렇게 대상을 카메라에 포착했을 것이다. 작가는 특히 비오는 날, 구름 낀 날, 해뜨기 전, 해진 후 시간을 선호한단다.

"이것이 바로 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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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연작 260×135cm 소나무가 안개가 만나 놀라운 신비경을 연출한다
ⓒ 김형순
그의 사진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음에도 사람 냄새가 난다. 소나무가 사람처럼 보인다. 작가도 돌과 바람과 바다와 소나무를 보고 아하, 이것이 바로 내 고향이고 바로 나구나! 하며 탄성을 질렀다고 하는데 짐작이 간다. 특히나 작가와 소나무의 관계는 서로 뜨거운 연인지간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나이 들수록 꽃의 현란함보다는 아낌없이 내어주는 나무의 듬직함에 마음이 빼앗긴다. 소나무는 더욱 그렇다. 작가도 "한국인은 소나무에서 태어나 소나무 그늘에서 죽는다"라고 고백했다. 소나무는 우리를 지켜주는 신목(神木)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스페인에서 열린 사진전에서도 "한국 고유의 고결함이 깃든 영성을 느낀다"는 평이 나온 게 우연이 아니다.

사진으로 수묵화를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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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연작 170×200cm 땅의 기가 소나무를 타고 하늘로 솟는 것 같다
ⓒ 김형순
손끝의 붓이 아니라 기계인 카메라를 붓 삼아 그림을 그린 셈인데 이런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표현할 수 있었다는 점은 가히 놀랍고 신기하다. 그러나 스승이 없었던 그는 그런 경지에 이르기 위해 혼자 개척할 수밖에 없었다. 책을 통해서나마 L. 모흘리-나기(László Moholy-Nagy) 같은 거장을 만나 빛을 연구했단다.

이번 스페인전 기획자 마리아 올리바가 "배병우 사진은 회화적 느낌이 강하다"라고 한 말은 정곡을 찌른 것이다. 동양미가 빛과 렌즈를 통해 고스란히 복원된 셈이다. 이런 신비경의 사진은 음악의 한 소절처럼 공명을 일으키는 배경을 중시했기 때문에 가능했으리라.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그는 30년간 노력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삼라만상에 예리한 관찰을 보냈고, 사물과 렌즈를 통해서 교감했고 자연과 말없이 소통했으며 거의 신비한 경지에 도달했다. 이제 그 성과를 거두고 있는 중이다. 작가는 그 과정의 심경을 이렇게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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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연작 260×135cm 겸재의 산수화를 연상시킨다
ⓒ 김형순
"1985년 무렵, 동해 양양해변을 따라 내려오면서 마치 심마니가 산삼을 발견한 것처럼 소나무를 봤다. 그 후 반도 여러 소나무 숲과 밭을 전전했고 설악계곡에 흐르는 물을 마시며 그윽한 솔 향기를 음미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소나무는 반도 등뼈인 태백산맥의 피와 살이라는 인식에 도달했다."

컬러를 능가하는 절제된 흑백사진

배병우라고 컬러사진을 찍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번 전시회에서도 컬러 소나무 작품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컬러보다 더 컬러 같은 혹은, 컬러를 비워내고 또 비워낸 그래서 컬러까지도 초월하는 흑백사진의 매력이 더 강하다. 그런 응축된 흑백사진이 가장 돋보이는 것이 바로 소나무 연작이다.

우리는 이렇게 정제된 작가의 마음에서 우려 나온 절제미를 그의 작품 여러 곳에서 읽을 수 있다. 그의 이런 정신이 단순미와 만나서 자연을 떠난 사람들 마음을 태고의 자리로 되돌려놓고 복잡하고 번잡한 일상을 사는 사람들 마음을 깨끗하게 청소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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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연작 170×200cm 정과 동, 수평과 수직, 흑백의 대조미가 뚜렷하다
ⓒ 김형순
이런 정신은 그의 고향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무관하지 않으리라. 고향의 그 순박한 정서와 자연이 주는 영감과 심미안을 키웠기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배병우의 소나무가 그냥 고결하고 청정한 것만은 아니다. 소나무의 쭉쭉 하늘로 치솟는 몸매는 생동감이 넘치다 못해 관능적이기까지 하다. 늘씬한 다리가 보이는 미인도를 연상시키기까지 한다. 다만 그런 분위기를 은은하게 풍겨 사람들 눈에 잘 들어오지 않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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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나무연작 경주 100×200cm 병풍 속에 소나무들이 춤을 추고 있는 것 같다
ⓒ 김형순
그의 작품명에는 경주가 자주 등장한다. 경주를 가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만 그곳은 천년왕국의 옛 수도로 한반도에서 신령한 기운이 그득 넘치는 곳 중 하나이다. 바다와 접하고 있고 역사와 만나는 곳이기에 소나무는 신비할 뿐만 아니라 숭고함마저 풍긴다.

소나무는 물과 불, 바람과 공기, 온도와 습도 이런 것에 가장 예민한 성감대를 가지고 있다. 소나무는 아무데서나 자라는 것이 아니기에 그만큼의 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러니 그런 곳에서 자라난 소나무가 얼마나 신령하겠는가! 거기다 운무라도 만나면 그야말로 황홀한 신비경이 된다.

배병우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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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 배병우
1950 전남 순천 출생
1974 홍대 응용미술학과 학사
1976 홍대 공예도안과 석사
1988-1989 독일빌레펠트대학 사진과 연구
1996 일본 국립근대미술관 '90년대 한국미술'
1997 토론토 파워 플래닛 'Fast Forward'
1998 파리 OZ 갤러리 '배병우 개인전'
1998 서울예술대학 사진과 교수
2000 서울 박영덕갤러리 '배병우 개인전'
2001 ISE 갤러리(뉴욕)
2002 갤러리 가나보부르(파리)
2005 인사아트센터 '배병우김중만 사진전'
프랑크푸르트, 런던 등에서도 전시회
2006 스페인 티센미술관 '소나무'(7월23일까지)
가나아트센터 '소나무'(7월9일까지)
'저서'로는 마라도, 사진디자인, 소나 무(안그라픽스),
배병우(시공사), 종묘(삼성재단), 청산에 살어리랏다(열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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