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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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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그러지 마시어요/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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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쓴 羅泰柱(나태주)는 1945년 충남 서천 출생.
1971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돼 등단했고
<나태주 시전집> 등 시집을 많이 낸 사람.
공주사범 졸업 후 42년간 초등학교 교사생활을 하다
공주 장기초등 교장으로 정년퇴직했는데
내가 평생에 잘한 것은 다음 네 가지라고 스스로 말했다지?
1)교직생활을 한 것
2)평생 쉬지 않고 시를 쓴 것
3)한 번도 시골을 떠나지 않고 산 것
4)자가용 승용차 없이 살고 있는 것
 
정년퇴직 후 중병에 걸려 죽음의 문턱에 다가갔을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쓴 시들이 모여 시집 한 권이 됐는데
다음 시는 그런 상황에서 씌어진 거라네. 
 

                                                                              淡硯 임철순
 

                                           

                                                   소프라노 양경숙 & 기타 반주 김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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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태주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하나님,


 


저에게가 아니에요.


저의 아내 되는 여자에게 그렇게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이어요.


 


이 여자는 젊어서부터 병과 함께 약과 함께 산 여자예요.


세상에 대한 꿈도 없고 그 어떤 사람보다도 죄를 안 만든 여자예요.


 


신발장에 구두도 많지 않은 여자구요.


한 남자 아내로서 그림자로 살았고


두 아이 엄마로서 울면서 기도하는 능력밖엔 없었던 여자이지요.


 


자기의 이름으로 꽃밭 한 평 채전밭 한 뙈기 가지지 않은 여자예요.


남편 되는 사람이 운전조차 할 줄 모르고 쑥맥이라서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여자예요.


 


너무 그러지 마시어요.


가난한 자의 기도를 들어주시는 하나님,


저의 아내 되는 사람에게 너무 섭섭하게 하지 마시어요.


                                                    -<좋은 시> 삶과 꿈 2008-


 


 


아래의 시는 아내가 남편의 시에 화답한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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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고마워요


남편의 병상 밑에서 잠을 청하며 사랑의 낮은 자리를 깨우쳐주신 하나님,


 


이제는 저 이를 다시는 아프게 하지 마시어요.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죄로 한 번의 고통이 더 남아 있다면,


그게 피할 수 없는 우리의 것이라면

이제는 제가 병상에 누울게요. 하나님,


 


저 남자는 젊어서부터 분필과 함께 몽당연필과 함께 산

시골 초등학교 선생이었어요.


시에 대한 꿈 하나만으로 염소와 노을과 풀꽃만 욕심내온 남자예요.


시 외의 것으로는 화를 내지 않은 사람이에요.


 


책꽂이에 경영이니 주식이니 돈 버는 책은 하나도 없는 남자고요.


제일 아끼는 거라곤


제자가 선물한 만년필과 그간 받은 편지들과


외갓집에 대한 추억뿐이에요.


 


한 여자 남편으로 토방처럼 배고프게 살아왔고,


두 아이 아빠로서 우는 모습 숨기는 능력밖에 없었던 남자지요.


공주 금강의 아름다운 물결과

금학동 뒷산의 푸른 그늘만이 재산인 사람이에요.


 


운전조차 할 줄 몰라 언제나 버스만 타고 다닌 남자예요.


승용차라도 얻어 탄 날이면 꼭 그 사람 큰 덕 봤다고 먼 산 보던 사람이에요.


 

하나님,



저의 남편 나태주 시인에게 너무 섭섭하게 그러지 마시어요.


좀만 시간을 더 주시면

아름다운 시로 당신 사랑을 꼭 갚을 사람이에요. 아멘   ^


 

 

 

 

댓글목록

길이영님의 댓글

profile_image 길이영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정말 아름다운 시네요.   소박한 두 부부의 진실되고 깊은 사랑이 절절히 느껴져 가슴이 저려와요. 
이들의 절실한 기도가 그 맘 속엔 벌써 응답을 받은 듯 하군요. 
가끔 이런 사람들, 이런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삶에 작은 위로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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